오, 나의 하나님!

병원교회 수요예배..

순악질 의자왕 2009. 4. 29. 14:52

오늘은 수요일 혜원병원 할머니 할아버지들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갈빗대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습니다.

사모님들끼리 구시포로 해수찜을 간다고 하는데..

갈빗대는 병원 수요예배는 어떻게 하냐면서 안가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나 혼자서도 할수 있으니 걱정말라면서 내가 떠밀다시피 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갈빗대를 보내놓고 병원에 안가고 걍 딩굴딩굴 놀 생각을 했죠~

머리 깎아드리는 것은 그냥 하겠는데..

예배를 드릴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휴게실까지 어떻게 모셔올지..

참 골머리가 아픈 노릇이었습니다.

한편, 하기싫은 맴이 드는 것을 보니까 원수가 역사하는 것을 알수 있겠고..

곰곰 생각해보니 하나님께서 좋은 일을 예비해 놓으신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머리를 다 깎아드린 후에 바삐 점심을 먹고 휴게실로 가보니..

두 분이 벌써 와 계셨습니다.

찬송가 글씨가 깨알같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는 있으나마나 한 물건이고..

나 혼자서 키타를 두들기며 찬송을 시작했습니다.

[의자왕은 데릴러 못가겠으니, 찬송소리 듣고 다들 나와라!]는 심뽀였습니다.

모여드는 사람들 하고만 예배드리고 대충 마친 후에 집으로 토낄 심산이었죠..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듯..

키타통아 부서져라 두들겨대면서 목통아 깨질래먼 깨져라고 고함질렀습니다.

한참을 혼자 찬송을 부르고 있는데, 암환자인 김순자 성도가 왔습니다.

잠시 후엔 할머니들이 주욱~ 무더기로 오시는데..

의자왕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엔 3명 뿐이어서..

[옳지 됐다~ 대충 끝내고 집으로 줄행랑 치자!]그랬었는데..

어느새 다섯명으로 늘어나더니..

금방 일곱명인가 했는데..

갑자기 열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병원 밥을 먹으면 유난히 갈증이 심해집니다.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탓입니다.

그래서 음료수를 꺼내 마시려다 언뜻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처다봅니다.

[이구~ 혼자 마시긴 틀렸군!]..ㅋㅋ

다 풀어 내놓고 하나씩 전부 돌렸습니다.

 

엇!!!

찬송가 252장을 좀 빠른박자로 키타반주를 하면서 언뜻 보니..

간병사님 한분이 치매끼가 있는 할머니옆에 앉아서 할머니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찬송을 따라 하는 것이지 몹니까!

'예수가 구원하신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박자도 잘 맞추어 노래를 하더라고요?

이윽고 기도를 한 후에..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고 하신..

히브리서 9장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온전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 해야 복이고]..

[자손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 목사를 오라고 해서 임종예배를 드리면서]..

[그자리에서 자손들에게 멋진 유언을 한 후에 숨지는 것이 큰 복이다]고 했습니다.

설교를 마친 후에 한분씩 머리에 손을 얹고 복을 빌었습니다.

간병사님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분이 울었습니다.

나도 전염되어 눈물이 나왔습니다.

전에 교회를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둔지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다들 돌아가는데 그분이 부시럭거리더니..

천원짜리 3장을 고이 접어서 탁자 위에 놓고 가셨습니다.

헌금 안받는다고 했으나 [가진 것이 그것 뿐]이라며 기어이 놓고 갔습니다.

 

내가 겁나서 아무짓도 안하고 가만히 자빠져 있으니까..

그분이 다 하시더라고요..

사람 마음을 이리 저리 움직이게 하시는 하나님..

하나님 그분께 맡기면 그분이 다 하시는 것을 다시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