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적이 있었습니까?
오늘은 공교롭게도 편마비환자들의 가정만 방문했습니다.
작년 1월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버스기사 아자씨였습니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여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말도 할수가 없습니다.
입술만 달싹거리는데 부인도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알아듣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는데 아저씨의 2남1녀중 막내인 스무살짜리 딸입니다.
딸은 근처의 축협에서 근무하는데 씻기고 진지를 떠먹이고 주물러드리고..
지독한 장애를 입어 처량한 신세가 된 아빠에겐 청량제같은 존재였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위대합니다.
딸은 아빠의 입술을 마음을 쏟아 관찰하고 그 하고 싶은 말들을 알아냅니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 50이 조금 넘은 나이에 반신불수가 되었으니..
신세가 기가막혀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부인이 쏟아내는 소리들이 한결같이 원망과 증오가 뚝뚝묻어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어지간히도 부인의 속을 썩인 사내였습니다.
나는 가만히 그 소리들을 듣다가..
문득 장난끼가 뭉게뭉게 내속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머리를 다 깍아 놓고 자잘한 머리카락을 스폰지로 털어낸 후에..
나는 아저씨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술 에지가니 퍼마시고 댕겼구만, 고스톱도 환장허게 치고 댕겼고]..
[처자식에겐 돈 몇푼 갖다 주고는 할일을 다했다는 듯]..
[나가서 젊은 지집들을 탐하고 댕기셨고]..
그랬더니, 세상에 껄껄대고 마구 웃어제끼는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입니다.
그랬다는 것입니다.
[짐작입니다 나를 점쟁이로 생각할까 미섭네웨~]..
[아저씨가 호탕한 성격에 사람 좋은 인상을 가지셨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가질만한 얼굴입니다]..
[그래서 한번 해본소리예요!]..
부인이 하는 말이 둘다 교회의 집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입은 후에 길지않은 세월이지만 그 살아온 날들이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고통스러운 삶이었음을 나는 가슴으로 느껴졌습니다.
싫것 웃고 떠들고 어느 정도 웃음이 가라앉은 후에 나는 조용히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집사가 되어 가지고 온갖 주색잡기에 몰두했으니]..
[그러면서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수!]..
[이제 전에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에서 해방 받아야 합니다]..
[마귀는 죄책감을 타고 사람에게 접근하여 사람의 육체와 환경을 움켜쥐려 합니다]..
[예수께서 당신의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서 피흘리셨습니다]..
[이제 그분이 용서하셨습니다!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남편은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통곡했습니다.
이어서 나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진정으로 남편을 사랑한 적이 있었습니까? 사랑은 잘못까지 한꺼번에 끌어안는 것입니다]..
어떤 아내는, 실은 우리교회의 집사님인데, 남편이 지붕에서 떨어져 전신마비가 되었을 때..
[여보! 살아만 있어주세요! 내가 몇십년이고 당신을 씻기고 떠먹이고 똥치워주고 할께]..
그랬답니다.
지금 그남편은 전통가옥 수리하는 기술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또 한 아내는 이웃교회의 집사님인데..
그 남편은 충남대학병원에서 포기한 교통사고 환자였습니다.
의사가 가망 없다는 소리를 하는데도..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퇴원 안하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당신이 50평생 계집질하고 노름하여 내속을 썩였으나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죽어도 당신을 포기 못합니다! 살아만 있어 줘요!]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 남편도 아내를 승용차에 앉혀놓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을 내가 여러 번 보았습니다.
남편을 사랑한 적이 있었습니까?
아내는 그 소리를 듣고는 퍽퍽 울었습니다.
남편은 더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나는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울었습니다.
2004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