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한해의 삶을 뒤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서 살아 온 흔적이 선명합니다.
나의 한해의 삶이 주안에 있었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만족할만하고 뿌듯한 느낌을 품을 수 있는 생활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주님이 나와 함께하셨던 흔적은 나의 걸음걸음마다 진하게 찍혀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분이 나를 가장 안전하고 좋은 길로 인도하셨다는 확신이..
내 중심에 곧게 서 있는 것을 나는 봅니다.
[주안에 있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나의 간청이나 부단한 노력에 의하여 그분이 나와 함께하셨다는 말이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이 내게 찾아오셔서 나에게 문을 열라고 하시고..
내가 마음 문을 열자..
그가 내게로 들어오셔서 나의 마음을 지성소 삼으시고..
24시간 내내 함께하셨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분의 뜻에 따라 100%순종하고 살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분의 감동을 불순종하고 거역하고 무시하고..
내 생각에 따라 몸을 움직였던 때도 더러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랬다고 해서 내가 저주받아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내 스스로 율법으로 형벌 받고자 할지라도..
그것은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원하시는 일이 아닙니다.
그분은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나를 사랑하는 그 사랑에는 조건이 붙지 않습니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그가 왜 나를 사랑하십니까?
맏아들을 죽는데 내어주고 그 피로 나를 낳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아들이고 유업을 상속할 자입니다.
그분은..
아들들이 어쩌다 망나니 같은 짓을 했다고 해서 지옥으로 내치는 이가 아닙니다.
지옥은 범죄한 천사들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입니다.
천사의 죄는 용서가 없으나..
말씀으로 낳은 아들들의(딸들도 아들로 대우하십니다) 죄는..
얼마든지..
기꺼이..
남김없이 없이하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교회적으로 기념할만한 일은 아홉 분에게 학습세례를 베푼 일과..
또 일곱 분을 학습교인으로 받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례 받은 분 중에서 한분은 세례증서를 수여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버려서..
그 충격으로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인근의 종합병원에서 한 주간에 두 번씩 예배를 행할 수 있게 된 일은..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한 일로..
병원 측에는 고마운 일로 기억될 것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 장기입원 환자들의 머리손질을 해드린 후에..
오후에 휴게실에 모여서 수요 낮 예배를 드리게 된 것과..
주일 오후예배를 드림에 있어서..
병원식당을 무상으로 빌려 예배당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일입니다.
또 교회 식당이 너무 비좁아서 확장공사를 하였고..
그 일에 몸과 마음을 던져 16일 동안이나 중노동을 기꺼이 감수한 서집사님과..
이웃교회의 젊은 목사님들..
그리고 모든 일의 계획과 마침까지 전담하여 헌신한..
내 아내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맏아들이 같은 박가끼리 결혼식을 올린 일과..
우여곡절 끝에 아기를 가져 내년 여름쯤엔 손자를 볼 수 있게 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쁜 일은 형님이 집안의 장자로서..
그토록 거부하던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신 후에..
주안에서 든든히 서가고 있는 일입니다.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은 ..
독한 길치에다가 무딘 방향감각으로 밖에 나가면 항상 고생하던 내게..
성능 좋은 네비게이션을 선물해준 생질이 있게 하신일입니다.
감사한 일은 그것뿐 아니라..
86세의 어머니가 비교적 건강하여 나름대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계신 일입니다.
병원 출입을 자주 하다 보니 자주 느낀 것입니다만..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채..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내시는 노인들을 무수히 발견하고 안타까워하면서..
한편으로는 혼자 사시지만..
그런대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 일입니다.
반성할 일은..
복음적인 신앙으로 교인들을 가르치고 인도하고 돌본다고 자부하였으나..
더러 교인들에게 감정이 실린 독한 말로 상처를 준 일입니다.
은연중에 율법적인 생각으로 교인들을 야단쳤던 때가 있었지 않았나 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나님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나 즐거워하고 ..
기뻐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우리교회 교인들이 모두 하나님의 사람이기를 소원합니다.
그래서 그런 욕심에서 교인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그치고 독려하여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교인들로 하여금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생각하면서 반성해 보았습니다.
새해에는 정말 하나님을 좋아하고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이웃들을 흐뭇하게 하는 삶을 살아내는..
신앙생활에 진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