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낮 1시 30분에 장성병원에서 예배가 있습니다.
주로 장애인들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입니다.
예배실에서 찬송소리가 울려퍼지면, 병상에 누워있던 장애인 꽝이는..
급히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낮은 포복으로 예배실까지 기어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만큼 다쳐서 병원이 발칵 디집어졌었던 모양입니다.
꽝이를 휠체어에 앉혀 데려오지 못할만큼 간병사님들이 요즘 바빴던지 꽝이가 기어서 왔습니다.
예배시간에 맞추어 데려다 주고 예배 끝나면 데려가고 하는 게 번거로웠던지..
간병사님들이 기를 쓰며 기어온 꽝이를 도로 데려다가 병상에 올려놓았는데..
나는 예배인도를 하면서 그 광경을 보니 마음이 심히 언짢고 불편했습니다.
힘들더라도 우리가 진꽝이를 데려올껄 그랬다며 자책하고 있는데..
예배 중간에 꽝이가 다시 기를 쓰고 기어왔지 뭡니까...
일주일에 한번 있는 수요 낮예배에를 학수고대하면 기다렸는데..
예배에 참석할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미를 친듯이 기어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지요...
효도에 대하여 설교하면서..
하나님아버지께 하는 진정한 효도는 저런 모습이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셨던 어떤 할머니는..
나더러 같은 박씨라고 너무 정겹다며 자기것도 아닌 꿀벌 두 통을 내게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신다며 사양했습니다.
더구나 지금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어서 꿀이 폭발하듯 들어올 때인데 그럴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꿀을 딴 후에 아들에게 말해서 두통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들이 어머니 병문안을 왔는데 그리 말씀을 하셨던 모양인데..
그 아들은 한수 더 떠서..
이왕 드리는 거 아까시아 꿀 딴 후가 아니라 꿀 따기 전인 지금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처음에 너무나 이상하고 의아스러웠습니다.
지금 꿀벌 한통 가격이 25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통이면 50만원입니다.
그것을 낮도코도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내주겠다고 하는 모자(母子)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목사노릇 하는 내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던지요......
아들은 ..
어머니가 말도 안되는 소릴 하셔도 어머니 마음이 즐거우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저 아들의 입장이고 저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였다면 어땠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노망이 들었는가?
말도 안되는 소릴 막 하시네... 그러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0을 훌쩍 넘긴 어머니의 마음이 잠시라도 즐거우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그 아들의 말이 내게는 채찍이었습니다.....
나라면 그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는 요 몇달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수틀리면 고함질렀습니다.
입을 벌리고 트림을 하시는 것이 꼴뵈기 싫어서 그렇게 좀 하지 말라고 소리질렀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볼일을 보시는 것도 꼴뵈기 싫어서..
문좀 닫고 볼일 보시라고 소리질렀습니다.
아까 했던소리 또 반복해서 하신다며..
불퉁불퉁 낮짝을 일그러뜨리고 퉁명스럽게 씨부렁거렷습니다.
그러면서 저 모습이 머지 않은 장래의 내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어오르는 성질을 주체 못해서 장탄식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신음소리를 내질렀습니다.
내 얼굴이 똥씹은 몰골이 된 것을 보시고 우리 어머니는 내 눈치를 보셨습니다.
목사 아들의 눈치를 살피는 어머니의 그 초라한 모습에 성질이 기어오르고..
그러한 몰골로 내가 목사노릇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괴감을 주체하지 못하겠고..
나 자신에게 치미는 화를 삭일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더러 효자라며 추켜세웁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신적으로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나는 불효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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