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호흡곤란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순악질 의자왕 2009. 12. 8. 13:55

오늘은 장성병원 할머니할아버지 환자분들 머리 다듬어 드리는 날입니다.

지난해 4월에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가 골절되어 쇠막대기를 몸에 심은 분이,..

며칠 전에야 그 심었던 쇠막대기를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누워서 지내는 분이었는데..

오랫동안 누워지내시다가 오늘 자리에서 일어나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머리 깎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병실 복도에 소란이 크게 일었습니다.

일을 중단하고 나가 보니..

그분이 얼굴이 흑빛이 되어 상체를 뒤로 제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것 같은데 호흡곤란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간호사님들과 간병사님들이 소리소리 지르며..

손바닥으로 그분의 가슴을 때렸습니다.

간병사 한분이 [물좀 마시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물을 마시게 하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마음에 피어올랐습니다.

내가 소리쳤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말하지 말고 그대로 잠시만 가만히 계세요!!!!!!]..

잠시 후에 그분의 거칠어졌던 숨결이 고르게 잔잔해지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간병사 한분이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분의 곁에 서 있다가..

갑자기 전동휠체어가 이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바퀴에 발이 깔렸습니다.

비명이 터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전동휠체어의 무게가 크기 때문에 자칫 발등이 상할수도 있는 것입니다.

소란이 가라앉고 그분의 머리를 깎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바리캉으로 머리 전체를 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일하기는 쉬운데 보기가 흉할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밑둥을 짧게 밀고 짧은 스포츠머리로 깎아드렸습니다.

다들 이쁘다고 했습니다.

머리를 깎아드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피어올랐습니다.

머리를 다듬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를  바라보는 이웃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짙게 떠올랐습니다.

옷을 입는 것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자기만 편하고 좋아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이웃들에게 혐오감을 심어주면서까지..

나 하고 싶은 대로 나만 편하고 좋다고 해서 제멋대로 꾸미고 다닌다면..

그것은 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진하게 떠올랐습니다.

 

벌써 30년 전의 일입니다만..

의자왕의 친구라고 하는 사람중에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사는 사람이 한사람 있었습니다.

그는 머리를 아주 길게 기르고 살았는데..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곁에 다가가기가 꺼려지는 사람이었습니다.

담배도 골초수준이었는데..

필터 달린 담배가 아니고 필터가 없는 싸구려 담배인 [새마을]이란 담배였습니다.

필터도 없는 싸구려 담배..

니코틴을 비롯한 고약한 화학물질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호흡기를 통하여 기관지로 들어갔다가 폐에서 일부 걸러지고..

다시 시커먼 코와 아가리로 뭉게구름처럼 솟구쳐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역겹기가 한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다들 가죽구두를 신고 다닐 때..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그의 근처에 다가서면 역한 냄새가 진동하였고..

그의 모습은 특이해서 멀리서 봐도 그임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습니다.

그의 집이 가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넉넉한 살림살이로 궁색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집안의 가풍이 [내핍]이었는지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집 사람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모두가 그러고 살았습니다.

한번은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서 다들 식장으로 집결하였는데..

그친구도 거기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평상시의 모습과 털끗만큼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결혼식장에 나타났습니다.

참으로 경악스럽고도 어이가 상실된 몰골이어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꼴보기 싫은 사람과 대면하면 몸에서 반응이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마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흥분하여 호흡이 곤란해질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몸이 쇠약한 가운데 갑자기 움직인다든지 하면..

그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이유로든 사람의 마음에 급격한 흥분이 일어날 때에..

물을 마시워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호흡곤란이 나타날 정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잘못 목구멍에 물을 들이부으면 물이 기도로 들어가서..

오히려 호흡곤란을 악화시킬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하는 것이 선입니다.

또 사람은 속과 겉의 어려가지 모양을 다듬어 남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나 편하고 쉽고 좋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가에 앉아서 똥을 쌀수는 없는 일입니다.

머리를 다듬는 일이나 옷을 입는 것이나 얼굴에 분칠을 하는 일이..

순전히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고 나를 바라보는 이웃을 위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의자왕 화들짝 놀라기도 하였고..

깨달은 것도 몇가지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주둥이 함부로 놀리는거 주의하겠습니다)

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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