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머리와 옹니하고는 상종을 말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성질 더럽고 고집이 센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죠.
의자왕 놈은 반 고수머리입니다.
그런데도 한번 꼬라지가 나면 고집과 심술이 장난이 아닙니다.
궁금한 것은 속을 까 뒤져 보아야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샛길이 나타나면..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 기어이 가보아야 합니다.
한번은 어떤 골목길의 끝이 궁금하여 들어갔다가..
꼬불거리는 수십 미터를 후진으로 나오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었습니다.
미친놈~~~
젊을 때는 머리숱이 많아서 이발을 할 때면 사정없이 머리카락을 솎아내야 했습니다.
그 숱 많은 머리털을 어깨너머까지 치렁치렁하게 기른 적도 있었지요.
무식한(?) 경찰들에게 걸려서 싹둑 잘린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줄기차게 기르고 다녔습니다.
온 동네의 이목이 집중되어 구경거리가 된 적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동네사람들 보기 민망스럽고 부끄럽다며 탄식하는 어머니의 야단에..
속이 왈칵 상해서 머리를 빡빡밀고 들어왔더니..
식구들이 입을 벌리고 한참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전부 밀어버리고 나니 참 볼만했습니다.
남들은 미끈하게들 잘 생겼던데..
의자왕 놈 머리통은 여기저기 심술이 들어있는 듯 울퉁불퉁했습니다.
스무살 때는 한복이 입고 싶어서 어머니를 졸라 해 입었는데..
어머니께서 추천하시는 색상을 거절하고..
완전 분홍색 한 벌에 마고자는 푸른색을 고집하였습니다.
외출복으로 삼아 입고 다니니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니 남들의 이목이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속이 시원했지요.
머리를 기른 김에 옛 어른들의 흉내를 한번 내볼까 하여..
상투를 틀어달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가..
야단만 된통 맞고 꿈을 포기해 버린 적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망건과 갓, 그리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거리를 한번 휘젓고도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한 때는 콧수염을 길게 기른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칠순잔치 때도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포기하셨는데 형님인들 어쩌겠습니까?
사람들이 잔소리를 안 하니까 시큰둥해져서 깎아버렸습니다.
세월은 흘러 중년에 접어들자 머리숱은 옅어지고..
빳빳하던 머리카락들은 점점 꼬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기로 말리고 펴고 세우고 자빠뜨리고 해봐야 그게 그거였습니다.
주일아침 드라이 할 때마다 신경질이 치밀었습니다.
[이놈의 머리 카락을 배배꼬아서 엿을 멕여버려???] ..
의자왕 놈 이제 나이 먹어가면서 미친병 도지나 봅니다.
40-50대 아즘니들이나 하는 파마라는 것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갈빗대와 딸래미는 기겁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만류했으나..
단칼에 뿌리치고 미용실로 차를 몰았습니다.
[어차피 꼽쓸머리라면 빠글빠글 지져주세요] 했더니..
세시간 이상을 터번 두른 것처럼 하고 앉아 벌을 서게 했습니다.
어떤 남자 분도 머리가 잘나오면 자기도 해봐야겠다고..
밤9시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머리가 나왔습니다.
웃음부터 터졌습니다.
'김정일 대갈통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민망스러웠습니다.
눈은 쪽 째진 데다가 이마는 왜 그렇게 넓고..
얼굴색은 왜 그렇게 거무튀튀하게 보이는 것입니까?
추워서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갈빗대와 딸래미가 기묘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미간을 잔뜩 찌그러뜨리고 눈은 가늘어진데다가..
입은 씰룩거리며 벌어지더니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것입니다.
젠장...
웃기던 토요일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주일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뒤 헝클어지고 눌리고 짜브러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머리를 감고 말리고 대충 손질한 후..
예배당에 들어가 설교하려고 강단에 올라갔습니다.
교인들 표정이 묘하게 돌아갔습니다.
이윽고 설교가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매듭을 짓고 넘어 가야할거 같아서..
[저 지붕개량 했습니다]했더니.........
풉, 푸하하하하~~~~~~~
오홋, 오호호호호~~~~~
우히히히히~~~
낄낄낄~~~
우해해해~~~ ...........
이런 난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간신히 수습이 되어 예배는 은혜롭게 마쳤지만..
울 갈빗대 때문에 참 힘들었습니다.
처다 보고 미소짓고, 또 처다 보고 입을 가리고..
처다보고 얼굴을 가리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데 또 처다 보고 웃습니다.
참나.....
이젠 어쩔수가 없습니다.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봤더니..
실물보다 잘 나왔습니다.
거울을 보면..
시커먼데다가 눈은 째지고 이마는 엄청 넓게 보이는데..
우째 사진은 좀 덜 보기 싫게 나온 것 같습니다.
아, 참말로 머리 파마한번 요란하게 하고 여러 사람이 실컷 웃었습니다.
웃지 좀 말아요!
이 수다 읽으면서 웃는 거 다 알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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