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소리가 왜 생겼나 했습니다.

순악질 의자왕 2018. 8. 21. 12:34

어린 애는 하는 짓마다 이쁜짓만 하고..

늙은이는 하는 짓마다 미운 짓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 말이 무슨소린가 했습니다.

어느새 손자 손녀들이 여덟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것들이 어찌 그리 하나같이 귀엽고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짓마다, 하는 소리마다 어찌그리 깜찍하고..

뛰노는 모습이 그렇게도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제 할머니만 좋아할 뿐 할아버지인 나는 늘 찬밥신세입니다.

어린 것들에게 점수 딸 일은 새콤달콤한 젤리, 사탕, 과자, 아이스크림 등 뿐입니다.

물론 제 어미 아비는 기겁합니다.

아토피가 있는 애들에게 몸에 좋지도 않은 불량식품을 먹인다며 못마땅해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몰래 슬쩍슬쩍 먹입니다.

군것질 꺼리로 마음을 사고 비위맞춰주면서 같은 급으로 놀아줘야 그나마 좋아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가까이 할 건덕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펄쩍펄쩍 뛰고 짓뭉개고 너덜거리는 쇼파는 즐거움의 흔적입니다.

이놈들이 금요일에 왔다가 주일 저녁에 제집으로 가고 나면..

온 집안, 거실이며 방들이 모두 폭탄터진듯 합니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냥 있는 존재 자체로 기쁨덩어리인 것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향해 하신 말씀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막1:11)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믿음으로 사는 자들을 향해서도..

하나님이 그리 말씀하실 것입니다.

아마 하나님은 당신이 자기 자녀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게 하시려고..

우리에게 자손들을 선물로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반면 늙은 어머니는 왜그리도 뵈기싫고 미운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짓마다 추하고, 하는 짓마다 응큼하고..

하는 짓마다 어리석은 소견으로 똘똘뭉쳐있습니다.

옛날 전도사 시절에 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셨습니다.

그 목사님이 가끔 코를 찡긋거리시며 혼잣소리 처럼 하소연하셨습니다.

[아이고~ 참말로 보기 싫어! 정말 뵈기 싫어!]...

그때 겉으로는 아무소리 안하고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그 목사님한테 욕을 퍼부었습니다.

[목사가 되어가지고 더럽게 지랄하네! 자기도 머지않아서 폭싹 늙어버릴텐데]...

몇십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때 그 목사님의 그 심정이 지금 내 심정입니다.


늙으면 자기 몸의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많은 부분 포기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평안하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도 아니할 것입니다.

힘에 부친다 싶으면 집안일 거드는 것도 포기해야 합니다.

거든다고 덤비다가 일만 크게 그르칠 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것을 포기하지 못해서, 고집을 꺾지 못해서 속을 썩입니다.

 알밤을 포대에 담는 일을 돕는다며 덤비시다가 슬쩍 주저앉았는데..

그만 고관절이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상당기간 안정하고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다면 마구 돌아다니다가 다시 부러지고..

또 접합부분이 쩍 벌어지는 바람에 다시 재수술 했습니다. 

그러고도 며느리한테 미안하다며..

혼자 화장실에 간다고 소파에서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아 앉은 걸음으로 기어갑니다.

성질이 기어올라 그러지좀 말라고 고함지르니까..

섭섭하다고 노여워하셨습니다.

부글거리는 성질을 억누르며 잘못했다고 용서하시라고 말하는 것도..

내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

자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늙은 어머니에게 고함지르는 이 개망나니짓보다 더큰 스트레스는 없을 겁니다.

성질 더러운 둘째아들하고는 같이 못살겠다며 고향집으로 가셨습니다.

얼마 후에 전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가보니, 온 몸이 성한데가 없었습니다.

얼굴이 깨지고 몸 여기저기 시커멓게 멍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왜 이지경이냐니까 그냥 부엌에서 넘어졌다는 것입니다.

소리지를까봐 거짓말을 늘어놓으시는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 뒤 채마밭 언덕으로 기어 올라가시다가 몇바퀴 구른 것입니다.

모셔다가 병원에 입원시켜 어느정도 회복되니 집에 가야겠다고 난리였습니다.

이게 반복되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우물 모터가 고장이 났다고 하시는데 고쳐드리지 않고 가만 놔두었습니다.

텔레비젼이 안나온다, 치매 예방약이 떨어졌다, 또 뭐가 어떻다는 둥..

일절 고쳐드리지 않고 있다가 반 강제로 모시고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주민등록지도  아예 이쪽으로 전입신고를 해버렸습니다.

모시고 산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냥 불편해도 같이 산다는 말이 맞는 말입니다.

큰아들 때문에 늘 걱정이 떠날날이 없는 것도, 큰아들 때문에 늘 마음이 상해 계신것도..

내게는 성질 기어오르게 하는 뇌관입니다.

마음이 상해버리면 입맛이 쓰다며 굶식하고 자리보전하고 누우셨습니다.

병원에 입원시켜서 흰죽링거를 맞혀드리면 며칠만에 회복되셨습니다.

이쁜애도 아니고, 미운 어머니한테 맘에도 없는 소리로 어르고 달래는 것도 고역입니다.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서 미운 모습 안보려고 노력 중인데..

이게 이게 생각대로 잘 되지도 않습니다.

화장실에 가셔서 볼일을 보실 때도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볼일을 보십니다.

트림이 나오면 손으로 가리고좀 하시지, 입을 쩍~ 벌리고 하시니 그것도 보기싫습니다.

전기를 아낀다며 불도 안켜고 컴컴한데서 화투놀이를 하십니다.

현관 문 키번호를 못외우시니까 칲을 사서 목걸이를 해드렸지만..

문을 꼭 닫지 않고 그냥 나가버리시니까 번호키가 빼래래래~~~~~~ 고함지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나가십니다.

입맛이 어떻게나 까다로우신지 특정음식만 드십니다.

조금만 입에 맞지않는 음식을 드셨다가는 화장실에 가서 덜어내십니다.

병원에 계실때 친구삼으신 할머니에게 마실가신다고 해서 모셔다 드렸습니다.

금방 데리러 오라고 하기가 미안하다며 1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땡볕에 걸어오시고..

어질병이 생기고 입맛도 뚝 떨어져서 저리 누워계십니다.

미안해 하는 것이 미안한 일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십니다.

이쁜 구석이 한군데도 없습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나이 먹도록 뭐 딱히 잘한 일은 없고..

못난 짓만 무수히 저지르고 살아서 지나온 발자취가 지저분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자식들에게 미안해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한편 나는 생각합니다.

나도 내 자식들의 눈에 저런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내 자식들도 저희 부모에 대하여 부담스럽거나 귀찮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모가 늙으면 자식들의 도움을 받고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나는 우리 어머니가 우리의 도움을 받으며 노년을 평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를 돕는 일을 한번도 귀찮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부모의 유산을 한 푼 받은 것이 없지만..

내 아내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을 억울해 하거나..

괴롭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버리지 못해 미련을 떠는 것은 복이 아닙니다.

치매나 그밖의 고약한 질병으로 노년을 불행하게 보내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겠으나..

늙어서 잔머리를 굴리고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냥 단순 무식하게 살고..

주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주어진 환경을 선선히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복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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