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하나님!

목사노릇을 개떡같이..

순악질 의자왕 2020. 1. 31. 12:06

나는 목사입니다.

그런데 진실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목사가 되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실로 감당키 힘든 고난을 통하여 그가 나를 부르셨기 때문에..

내가 응하여서 어렵게 목사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흔히 이것을 어려운 말로 소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렵게 목사가 되기는 하였지만..

과연 목사다운 목사로..

지금 내가 하나님 앞에 서 있는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맡기신 양 무리를..

잘 돌보고 잘 먹이며 잘 기르는 것이 목사가 하여야 할 일인데..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이 사명인데 부끄럽게도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시키신 일을 최선을 다하여 하고 있지 않고..

게으르고 나태하여 양 무리를 잘 돌보지도 않았고..

우왕좌왕 허둥지둥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쁜 척만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을 때는 할렐루야 춤추고 곤란이 닥치면 원망하고..

걱정하고 성질부리고 한숨을 내쉬는 악행을 저지르고 살았던 것입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은 자신을..

어느 날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교인들을 바라보면서도 행복하지 않았고..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그다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순수하고 충성스러운 교인들을 바라볼 때마다..

행복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와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잘못하는 것만 보이고 못된 모습만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삼남매를 낳아 길러서 결혼시키고 늙어가면서 변함없이 나의 편인 아내,..

모든 사람이 나를 혐오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를 비난하며 떠나도..

끝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며 헌신의 삶을 살아온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기뻐하지도 아니하고 즐거워하지도 않아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과연 하나님은 이러한 나를 버리지도 아니하시고 떠나지도 아니하시며..

언제나 함께 하고 계신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그래도 함께하고 계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함께 계셨습니다.

어느 날 조용히 기도하다가..

이렇게 추악한 자신의 모습이 발견되자 나는 터져 나오는 통곡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똥 버리듯 내어버리고..

하나님이 정하신 의를 전적으로 따르며 살아야 하는 것이..

목사의 여러 사명 중에 하나입니다.

주변을 돌아보아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되..

가장 좋은 길과 의로운 길로 인도하는 것 또한 목사가 짊어진 사명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을 근거하여 기도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또한..

목사의 사명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긍휼을 품고 사는 것이 목사의 사명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기까지 인내로 기다리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따라서 육신의 때를 살아야 하는 것이..

목사가 하나님께 받은 사명입니다.


이러한 사명을 짊어지고 육신의 때를 살고..

주변 사람들을 복된 길로 인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게 하시려고..

하나님이 나를 목사로 부르셨습니다.

이것을 내 생각을 따라 내 계획과 내 열정으로 이루어내려고 했던 것은..

그 바탕이 교만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했던 결과 여리고는 무너졌으나..

자기 생각과 자기 열정으로 나아갔던 아이 성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를 높이신다고 하셨습니다.

힘들다며 사명을 버리면 지팡이가 원수가 되어 사명자를 물려고 덤벼들게 됩니다.

모세가 지팡이를 던지자 그것이 뱀이 되어 물려고 덤벼들었고..

뱀의 꼬리를 다시 잡는 순간 뱀이 지팡이로 변하였듯이..

사명자는 한시도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놓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대언자입니다.

강단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지 아니하고..

자기의 말을 하고 신세한탄을 하고 자기를 높이려고 하는 짓은..

대언자의 태도가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한동안 그러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모욕을 끼치고 무시하면 수치스러워 하지 말고..

고스란히 감내하는 자세가 목사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인데도..

나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성도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입으로는 떠들었어도..

자신은 믿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까지..

강단에서 그리스도의 피의 복음만 믿고 외치다가 그날을 맞이하여야 하는 것이..

목사 된 자의 소원이어야 함에도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나는 일평생 하나님이 나를 부르셔서 목사가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살겠다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다짐합니다.

또한 일평생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날마다 마음에 깊이 새기고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육신의 날이 다하기까지 내 하나님 아버지께서..

나를 버리지도 아니하시고 떠나지도 아니하시고 언제나 함께 하셔서..

나를 통하여 이루실 일을 그 계획에 따라 이루어 가실 것을 믿고..

감사하며 일생을 살겠습니다.

이 글은 2016년 11월에 써 놓은 독백입니다.

이때 참 힘들었습니다.

이제 지나고 보니 예방주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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