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정신과 병동에서 1시간 동안 예배를 드립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입원해 있는 분들이지만, 예배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내가 도착하면 언제나 예배실에는 이미 예배 준비가 다 끝나 있습니다.
자리가 모두 정돈이 되어 있고, 내가 앉을 자리까지 정리가 다 되어있습니다.
그분들 특유의 강한 냄새가 진동하지만 그다지 역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머리 깎는 날이면, 서로 돕고 양보하고 협력하는 모습들이..
참 생경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들의 예배는 참으로 진지하고, 습관적이거나 형식적이지 않습니다.
개인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빈번하나..
병원측에 조심스러워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후 12시 30분에는 다른 병원 일반병동 휴게실에서 또 한시간 예배를 드립니다.
거기에는 방해도 많이 받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의 싫어하고 거부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납니다.
예배실이 따로 마련되지 못해서 생기는 불편입니다.
그래도 12시 30분이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질병으로 입원하고 다쳐서 입원했던 신자들이 주로 모여서 예배드립니다.
가끔, 한번도 교회에 출입하지 않았던 분들이 구경삼아 참석합니다.
그렇게 해서 교회에 출석하게 되고 학습교인으로, 세례교인으로 등록하곤 합니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그분들에게 교회 출석할 것을 강요하거나 추근대지는 않습니다.
오후 2시에 노인요양병원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하나같이 육신이 늙고 병들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른들입니다.
신체기능이 30%-50% 밖에 남아있지 않은 어른들이..
수요일 오후 2시를 불붙은 마음으로 기다리십니다.
혼자 스스로 오실 수가 없어서 병원 직원들의 부축을 받고 오시고..
또 휠체어에 의지하여 지하1층에 있는 예배실로 내려오십니다.
건강할 때의 교회생활이 너무도 그리워서 그런지 통곡으로 예배를 시작합니다.
어느 교회의 안수집사로 계시다가 오신 어른께..
회중을 대표하여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기도 중간에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울음이 섞인 그 기도를 나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정확히 알아들으셨을 것입니다.
뇌질환으로 인해 반신불수가 된 어느 여집사님의 찬송은 노래가 아닌 통곡입니다.
그 애끓는 울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해서..
연약한 마음의 나는 키타 반주가 어려울지경입니다.
수십년 동안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을 것인데, 야윈 몸을 떨면서 아멘으로 화답합니다.
모든 병원예배 일정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어도..
나는 어른들의 그 모습이 내 뇌리에 잔영으로 남아 마음이 젖어 있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의 병원사역 하는 목적에 대해서 많이 오해합니다.
이웃교회 교인들을 꼬드겨서 자기네 교회로 끌어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이웃 교회 교인들을 꼬드겨서 우리 교회로 데려오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수컷 타조같은 목사들을 경멸합니다.
암컷타조는 알을 낳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답니다.
대신 수컷이 알을 품고 보살피는 것입니다.
정성을 다하여 알을 부화하시킨 후에, 새끼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수컷이 제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나면 둘이 일전을 치루는 것입니다.
패자는 새끼들을 버리고 떠나고 승자는 패자의 새끼까지 차지하고 기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타조의 습성이라던데..
이와 같이 교인 쟁탈전에 뛰어든 목사는 수컷타조와 같은 자들입니다.
데리고 있는 교인수가 많으면 목사들의 모임에서나 목에 힘주고 뻐길수 있겠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무의미하고, 무익하고, 바보같은 짓입니다.
욕심과 재주로 목사노릇 하면서 남이 길러놓은 교인들을 데려다 앉혀 놓은들..
그게 하나님 앞에서 좋은 일이며 또 그가 과연 기뻐하시겠습니까?
내가 병원 사역을 하는 진짜 이유는 전도를 위한 게 아닙니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나의 목회를 이미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교회 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니..
나는 다만 '하나님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고자 해서 병원사역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잘 할수 있는 일은 덥수룩 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깎아주는 일과..
이런 저런 일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과..
그들의 푸념과 독백을 들어주는 일입니다.
그러다가도 성질도 더러워서 수틀리면 고함지르고 서슴없이 면박을 퍼붓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에게 누가 선뜻 다가오며 누가 목사로 인정해 주겠습니까만은..
그러나 나는 다만, 하나님 아버지 앞에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살면서..
이웃을 이롭게 하는 그릇으로 하나님 아버지 앞에 날마다 발견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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