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악지리 속아지 부렸다요...

순악질 의자왕 2012. 8. 29. 14:38

환자들의 머리를 맨손으로 만진다는 게 썩~ 상쾌한 일은 아닙니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지친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씻는 것도 귀찮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기름기가 많은 환자들의 머리를 맨손으로 매만지면 미끌거립니다~^^;;

기름기가 없는 환자들의 머리는 빗질을 할 때마다 비듬가루와 먼지가 풍깁니다.

그 먼지들을 들이마시니 목에 가래가 끼어서 답답합니다.

그래서 가끔 켁켁거리며 가래를 뱉어냅니다.

몸상태가 심각한 분들은 휠체어에 앉아서 머릴 깎게 되는데..

그냥 얌전히 앉아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어댑니다.

더러 와상 환자들이 침대에 누워 휴게실로 오셔서 머릴 깎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들이 자꾸 돈을 주고 갑니다.

정확히 3000원 씩입니다.

안받는다며 극구 사양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냥 바닥에 내던지고 도망치듯 가버립니다.

 

점심 후에 휴게실에서 수요 낮예배를 드립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마치 짜고치는 고스톱인양) 3천원씩 헌금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교회 출석하시는 집사님 한분도 그 대열에 동참하셨습니다.

주일 아침 예배 드리러 교회 가실 때에도 영락없이 3천원을 내게 맡기셨습니다.

노인네가 아픈몸을 이끌고 예배에 참석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헌금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여러번 말씀을 드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헌금을 해야 마음이 편안하시다면 어쩌겠냐면서 더이상 말리지 않았습니다.

전엔 예배 때마다 어김없이 1만원 씩 헌금을 하셨었는데, 이젠 3천원으로 굳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할머니에게도 그 간병사님이 야살을 떨어댔던 것입니다.

(헌금을 뭐하러 그리 많이 해요? 그냥 3천원만 하셔요!)

 

지난 어느 수요일 날이었습니다.

간병사 그분이 할머니 한분을 힐체어로 모시고 와서 머릴 깍은 후에..

그냥 가시는 할머니에게 자꾸 '3천원 어서 내시라'고 야단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괴이하고도 의자왕의 배알을 마구 뒤틀리게 하는 이 사건은..

그 간병사님의 대그빡에서 삐져나온 잔꾀임이 그날에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간병사님! 내가 돈을 받지 않겠다는데, 왜 자꾸 할머니들에게 돈내라고 합니까?'

'간병사님 눈에는 내가 하는 이 자원봉사가 우습게 보입니까?'

'내가 이렇게 힘들게 봉사하는데'..

'간병사님은 이런 수고를 겨우 3천원으로 땡처리 시켜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제발 그만하세요 좀 제발!!!!!!!!!!!!'

그랬더니, 이 간병사는 말귀를 못알아 듣고 하는 소리가..

[아니, 그냥.. 그러면 헌금이라 생각하고 받으세요!]이러는 것입니다.

악지리는 더 열이 치뻗쳐서 막막 고함을 질렀습니다.

'안이고 밖이고 간에 그만좀 하시라니까요!!!!!!!!'

'고작 3천원 가지고 먹고 살겠습니까! 헌금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지요!!!'

'간병사님 눈엔 내가 거지새끼로 보입니까? 하나님은 또 무슨 동네 꼬마로 보입니까?'

'정말 그만하세요!!!!!!!!!!!!!!!'

병원 휴게실이 들썩들썩하게 고함을 지르고 나니 속은 시원했습니다.

목사새끼 승질 드럽다고 남들이 욕하든 말든,  막 성질부리고 났어도..

그 얄미운 간병사님이 뿌려놓은 더러운 버릇은 전통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오늘도 어떤 할머니가 3천원 바닥에 던져놓고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일도 복이 되게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새로 등록하고 교회에 잘 나오는 내외가 말하기를..

[우리 목사님은 싫은 사람 싫다고 하고 좋은 사람 좋다고 해서 맘에 쏙 들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가자고 잡아 끌었어도 요지부동이었는데]..

[거침없이 속을 보여주는 목사님에게 마음이 끌려서]..

[장성축복교회로 진로를 결정했어요!]라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하나님이 나를 더 정확히 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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