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어떤 오열...

순악질 의자왕 2012. 9. 18. 13:45

오늘은 장성병원 어른들의 머리를 다듬어 드리러 갔었습니다.

70을 훌쩍 넘기신 어른이 휠체어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두 손목이 꽁꽁 묶인 모습이었습니다.

간병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할아버지의 사연은 한마디로 기구했습니다.

하늘아래 홀로 계신 분이었습니다.

가족친지가 아무도 없고 장가도 못가고 홀로 늙어가면서 치매에 걸린 분이었습니다.

술에 쩔어서 몸을 상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죽어가는 이분을..

누군가가 병원으로 후송했던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 된 지 열흘 정도 된 것 같았습니다.

열흘 동안 술을 못마시게 하니 금단증상 때문에 몹씨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대. 소변을 가리지 못하니까 기저귀를 채웠던 모양인데..

이분이 똥덩어리가 잔뜩 들러붙은 기저귀를 빼내어 질겅질겅 씹었다고 햇습니다.

빼앗으려 하자 빵을 먹는 중이라며 그러지 말라고 애원했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그분이, 머리를 깍는 중에는 그렇게 다소곳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분의 머리를 깎아드리고 있는데..

맞은 편 방에서는 나이를 전혀 가늠할수 없는 어떤 여자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럽게 우는 그 소리에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분위기가 참 이상하다 못해 괴기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너무도 구슬픈 그 통곡소리를 들으면서 머리를 깎다말고 바라보았습니다.

[저렇게 울다가는 기운이 빠지고 지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왔던 통곡이 생각에 떠올랐습니다.

한바탕 통곡을 하고 나면 지쳐서 기운이 빠졌습니다.

울지 말아야겠다는 것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나는 상주 노릇이 정말 힘든 일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간간히 터져나오는 그 오열은 마치..

사람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누가 시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환자는 잠시도 쉼없이 통곡을 하였습니다.

병원의 간호사님들이나 간병사님들은 그게 그냥 늘상 있었던 일처럼..

표정들이 모두 평범해보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마음이 이렇게 읽혀져서 고통스러운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 어르신의 머리를 다 깎아드린 후에 내가 그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가서 그 머리를 두손으로 감싸쥐고 조용히 기도를 했습니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분의 상처를 치료해 주시고]..

[자비하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고 평안이 임하게 하옵소서]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마무리 했습니다.

드디어 오열이 멈췄습니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들고 집으로 오는 내내..

그 오열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오열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예배당에서 기도하다가, 이런일 저런일을 떠올리며 오열하던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마음에 짐덩어리가 그렇게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두시간을 그렇게 오열하고 나니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배당 문을 나서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개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기쁨이 샘솟듯 솟구쳤습니다.

참새들이 쨱짹거리며 날아가면서 기쁜소리로 인사를 하는것 같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도 환영한다면서 손을 흔들고..

볼을 스치는 바람마져도 나를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쓰다듬고 지나갔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와 친구하자면서 손을 내미는 듯 하였습니다.

소란스러웠던 모든 감정들이 다 사라져버리고 마음에 평정이 찾아왔습니다.

그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행복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잠깐 잠깐 그런 행복을 맛보고 지나가지만..

그날이 오면 그 행복은 영원히 계속 될 것입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부여잡고 이 험난한 육신의 때를 견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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