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이쁜데 어쩌겠습니까...

순악질 의자왕 2006. 10. 16. 08:43

봄에 까만 나물콩을 뜰에 조금 심었었습니다.

누렇게 결실하여서 비닐 포장을 내다 깔고 콩가지들을 털었습니다.

약 다섯되 정도 되게 거두었습니다.

거름도 주지않고 심어놓기만 했는데도..

벌레먹은 것도 별로 없이 야무지게 결실했습니다.

따가운 가을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잘못된 콩들을 골라내고 있는데..

(잘못된 콩들이 섞여있으면 콩나물 기를 때 썩는답니다)

꼴통들이 나타나서 같이 콩고르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은이가 [끝말잇기]를 하자고 보채는 것입니다.

하도 지근덕거리며 보채기에 끝말잇기를 시작했습니다.

왕 다음에 정은이 차례가 되어 가도록 되어있어서..

왕이 골탕을 먹일 속셈으로 [결]짜를 내었습니다.

[결명자]도 있는데 정은이는 얼른 생각이 나질 않아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딱히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제깐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왕이 장난끼가 동해 숫자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넷, 셋, 둘, 하나!]..

갑자기 [우와아앙~~~~] 하고 정은이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방바닥에 뒹굴며 꼴통을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만 주길려고 구래이이잉잉잉~]...

우리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낄낄대다가 꼴통을 슬쩍 곁눈질해 보니..

눈을 하얗게 흘기며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더 약을 올리면 안되겠어서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였습니다.

내버려 두고 콩고르기를 계속하였더니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가지고..

슬그머니 내 뒤로 와서 깔고 앉은 방석을 잡아채며 치근덕거렸습니다.

꼴통을 부려도 이쁘게만 생각되니 이것참 보통일이 아닙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버릇 잘못 가르친다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쁜데 어쩌겠습니까?

꼴통을 부려도 이쁘고 방구를 뀌어도 이쁘니 이노릇을 우짭니까........

슬그머니 방귀를 뀌어가지고 지독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리고 안뀌었다고 팔딱팔딱 뜁니다.

그래서 한번은 [차라리 소리나 나게 뀌어라] 그랬더니..

이제는 궁둥이를 삐죽이 내어밀고 뿌아악~ 쏘아댑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년~]..

[뀌라고 한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구 뀌어대냐~]고 하면..

[언젠 맘놓고 뀌라고 하고서 이제와서 딴소리 하신다]며..

볼멘 소리를 질러댑니다.

하여간 저 꼴통만 처다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

'수다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은이의 입방구..  (0) 2006.12.18
정은이 방구는 향수원료?  (0) 2006.12.04
폭폭혀 주껀네~  (0) 2006.08.07
누가 이 논네즘 말려조요~  (0) 2005.10.24
기가막혀서..  (0) 200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