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방

적막합니다.

순악질 의자왕 2004. 3. 23. 11:30

어제밤에 늦게 손님이 오셔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갔습니다.

장애인 시설을 하고있는 목사님과 여전도사님입니다. 
눙까리가 벌게고 퉁퉁붓고 .............
갈빗대가 옆에 없으니까, 피곤하긴 한데도 잠은 안오궁.....
20 몇 년 만에 갈빗대와 떨어져서 혼자 잤습니다.
겨우 잠들었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습니다.
정신없이 거실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지요!
어머니였습니다.
노인네가 잠이 없으신지, 일찍 일어나셔서.........
갑갑했던가 봅니다.
혼자 밥은 어떻게 챙겨먹고 있나 염려되어서 전화하신 것입니다.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한시간쯤 잤을까.......
또 전화벨이 요란합니다.
눈이 안떠지는 것을.....
술취한듯 비틀거리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목사님이셨습니다.
[갈빗대가 옆에 없으니까 소중함이 느껴지지?] 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갈빗대가 곁에 없으니까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사별한다면 정말 허전하겠구나!]
앞으로 갈빗대에게 잘해주리라고 다짐을 하면서 또 잠을 잤습니다.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전화가 울리는데, 괴로웠습니다.
잠못자게 하는 고문이 있다던데, 참 괴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도 전화벨은 줄기차게 울려댔습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받으러 나가면 끊기고.......
무선전화기를 항개 사야할것 같은데, 경제권을 쥐고있는 갈빗대에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입니다.
밥 챙겨먹는것이 귀찮았습니다.
짠수니 갈빗대는 서방이 미역국을 좋아한다고, 솥에 가득 끓여놓고 갔습니다.
밥한덩이를 미역국에 말아 풋고추 장아찌 썰어 놓은거와 후루룩하고 간단히 마셔버리고..
설거지는 물에 담가놓기만 했습니다.
너무나도 고즈넉한 느낌입니다.
[혼자구나!]
적막합니다.
25년 동안 분주하게 살았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어렸을때 처마에 둥지짓고 새끼치던 제비네를 생각합니다.
제비새끼가 갓 깨어났을 때는 소리도 가녀리고 이쁩니다.
점차 자랄수록 소란스러워지고 시끄러워집니다.
걔들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훌훌 둥지를 떠나서 날아가 버리고...
집안은 적막감이 감돕니다.
내 기분이 어린시절 그때와 비슷합니다.
ㅠㅠ...........

'수다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덥지 않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물어봤어?  (0) 2004.04.05
25년만의 외출(?)  (0) 2004.04.04
동창회...  (0) 2004.03.15
삼한사온님계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0) 2004.03.14
기가막혀서.......  (0) 200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