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적에 아버지는 다음해 봄에 심을 각종 곡식 씨앗을..
가을부터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여 곡간에 갈무리해 두셨습니다.
예비해 둔 씨앗들 말고도..
광에는 크고 작은 여러 곡식항아리들이 빙 둘러서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천장 가까이 시렁에는 가는 새끼줄로 꼬아 엮어 만든 여러 종류의 짚 그릇들과..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채반들과..
댕댕이덩굴을 엮어 만든 소쿠리들이 가득히 올려져있었고..
광 안에는 쥐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수시로 점검하여..
빛도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구멍을 메꾸고 단속하였던 것입니다.
광 안에는 창문도 없었지만 습하지도 않고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짚과 대나무, 댕댕이덩굴을 비롯한 다른 여러 그릇들과..
나무들과 흙으로 된 곡간의 벽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봄이면 아버지는 재간에서 재를 퍼다가 마당에 쌓아놓고..
푹 삭힌 거름을 끼얹어 목화씨앗에 듬뿍 발라 문질러서 밭에 내다 심으셨습니다.
삭혀두었던 똥과 오줌을 재에 버무려 만든 거름은..
볍씨를 물에 불려 못자리판에 넣을 때도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씨앗 중에는 봄에 심어 가을에 거두는 검정방콩도 있었고..
여름에 심어 가을에 거두는 노란 메주콩..
그리고 옥수수, 조, 수수, 녹두, 팥, 돔부, 강낭콩, 완두콩과..
가을에 씨를 파종하여 다음해 여름에 수확하는 보리와 밀도 있었습니다.
하지때 캐는 여름감자는 씨눈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조각을 내어..
이른 봄에 그대로 재거름과 함께 흙에 묻었고..
고구마도 초봄에 뜨뜻한 방구들 한쪽에 왕겨더미 속에 묻고 물을 부어 싹을 기른 후..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밭 한구석에 이식을 해서 줄기가 많이 자랄 때까지 두었다가..
장마철에 줄기를 잘라다가 밭에 정식을 하고 늦가을에 캐내어서..
뒤뜰 땅굴속이나 윗방 한쪽에 떼우적을 만들어 보관하고..
겨울간식과 춘궁기의 비상식량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세상에서의 우리의 삶은 씨앗을 심는 때입니다.
무엇을 심든지 반드시 열매를 거두게 됩니다.
곡식을 심는 것만 파종이 아닙니다.
심는 것에는 무형의 것도 있습니다.
무형의 것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이 생활 속에서 그것들이 저절로 나타남으로써..
그 사람의 속에 무엇이 담겨있고 어떤 씨종자가 숨어있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하나님은 형상이 없는 분이지만..
사람을 창조하시면서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고 하셨습니다.(창1:27)
하나님의 형상이란 인간의 겉모습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내면의 세계에서 삶을 통하여 밖으로 솟아나는 것들..
즉 사랑과 자비와 긍휼이 그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녹아있는 가치를 삶으로 승화시킬 때..
주변 이웃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측은히 여겨 도와주고..
깊은 사랑의 마음이 생활 속에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면..
이웃들은 그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들은 육신의 때에 좋은 것을 종자삼아서 씨앗을 뿌리고 심는 일입니다.
열매를 거두는 때가 한결같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은 땅에 사는 동안 곧 거두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심고 나서 오랜 후에 거둘 수도 있고..
어떤 씨앗은 이 땅에서 뿌리고 심었으나..
육신의 때에는 거두지 못하고 영혼의 때에야 비로소 거두는 것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를 구주로 믿는다는 것은 그를 왕으로 영접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진정 우리의 생활 속에서 왕으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왕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목사는 왕의 말씀을 맡은 자입니다.
그래서 바울선생은..
가르침을 받는 자들은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하라고..
갈라디아서를 통하여 권면하였습니다.(갈6:6)
말씀에 순종하는 것과 선생을 섬기는 것과 성도를 섬기는 것은..
좋은 것을 종자삼아서 씨앗을 심는 행위입니다.
선을 행하는 것은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좋은 것으로 씨앗을 심었어도..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 열매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참고 견디고 기다리면 반드시 열매를 거두는 날이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씨앗을 심고 곧바로 열매를 거두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때가 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바울선생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갈6:7)
사람들이 오늘 좋은 일을 하고 곧바로 내일 추수할 것을 기대합니다.
모판에 볍씨를 뿌렸어도 최소 4개월은 기다려야 비로소 쌀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조급한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곧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과 같습니다.
믿음의 가정들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을 종자삼아서 씨를 뿌리고 심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생활을 잘하는 것은 적당한 때에 파종을 잘하는 일입니다.
믿는 사람들은 교회생활을 통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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