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하나님!

왜들 속쎡여? 웅?

순악질 의자왕 2006. 3. 27. 07:45

주일 아침예배를 은혜롭게 마치고 여전도회 월례회를 시작했습니다.

몇 안되는 회원들이지만 가르치기 위한 목적에서 정식으로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몇사람 안된다고 해서 순서와 절차를 무시하고 대충 대충 지나가고..

의제고 뭐고 얼렁뚱땅 진행하고 끝낸다면 의미도 없고 너무나 시시한 생각이 들어서..

내가 강당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회장의 사회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찬송을 부르며 진행이 매끄럽게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회장이 총무를 지명하여 대표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총무가 갑자기 성을 내며 고함을 버럭질러댔습니다.

[까짓꺼 몇 안되는 인원에 회장이 그냥 기도하고 대충 마칠 일이지 말야]..

[난감하게시리 갑자기 기도는 시키고 그러느냐]며 도끼눈을 했습니다.

회의장인 예배당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곧이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회장은 회장대로 역정이 치솟아 안할 말들까지 쏟아내며 고함질렀습니다.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회장을 인신공격까지 해대며 총무는 도망치듯 나가버렸습니다.

목사가 소리치며 말렸으나 목사의 말도 철저히 무시한 채..

회의장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가버린 총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치리를 해버릴까?]..

[출교를 해버릴까?]..

[조용히 불러 좋게 보내줄 테니까 우리교회를 나가서]..

[다른교회를 가든지 말든지 하라고 할까?]..

[지난 주일에는 집사 하나를 면직시켜 버렸는데]..

[이번주에는 저잉간을 출교를 시켜버려?]..

하여간 벼라별 생각이 머리속에서 난무했습니다.

원수는 온 교인들의 생각을 장악하는듯 했습니다.

(이런 난리속에서 여전도회가 어떻게 존속되겠냐?)..

(이젠 다 틀렸다! 여전도회 해체하자!)..

(과거로 돌아가자!)..

교인들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교인들에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여전도회는 계속 존속한다]..

[깽판친 그니를 축출시키고라도 우리교회 여전도회는 계속 존속한다]..

그리고 기가막히고 어이없어 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점심을 먹이고 커피타임을 하면서 말하기를..

[기적이 일어나고 좋은일이 있으려면 꼭 원수가 역사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충동질 시켜서 원수가 역사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하나님께 감사하자 감사한 일들이 마구 생기게 말야]..

그리고 다들 돌려보내고 쉬고 있으려니..

오늘 교회를 나오지않은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사모님을 찾았습니다.

지난 주일부터 아무것도 아닌일에 삐쳐가지고 혼자 북북거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수요일도 안나오고 금요예배도 참석 안하고 급기야 주일도 예배도 빠졌습니다.

사모가 급히 그댁으로 달려갔다 오더니..

[목사님이 방에 있는 삽주뿌리 약을 조금 가지고 얼른 가보셔야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교인들을 집에 데려다 주기위해 자동차를 몰고 휑하니 가버렸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삽주뿌리로 만든 환약을 찾으니..

이게 대체 어디로 숨었는지 안보이는 것입니다.

도둑처럼 사방팔방 뒤지다가 겨우 발견하고는..

세번에 나눠 먹을 분량을 해가지고 가보았습니다.

수척한 몰골에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일어나 앉았습니다.

이렇다 저렇다 말없이 위해서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약을 건네주는데, 이니가 갑자기 마구 울음을 터뜨리는 것입니다.

꼴통부려서 잘못했다면서 용서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도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불쑥 말했습니다.

[속썩이는 잉간 아무개 하나로 족합니다]..

[왜 집사님까지 속썩여요?]..

그랬더니 대성통곡이 터져나왔습니다.

젠장할 눈물은 왜그리 전염성이 강한지..

같이 울고 위로하고 사택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예배시간이 되었습니다.

교인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꼴통부리고 예배에 여러번 빼먹은 집사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들어섰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뻤습니다.

이윽고 저녁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336장 찬송이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주보에는 없는 찬송입니다.

그냥 서너 순번이 돌아가도록 계속해서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다가 교인들을 둘러보니..

낮에 지독히도 당했던 여전도회 회장이 손수건을 꺼내어 눈을 꾹꾹 찍어댔습니다.

대표기도 인도자로 지명 받은이가 기도하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여전도회장이 소리쳐 울면서 총무에게로 다가가더니..

[내가 잘못했습니다!]..

[나를 용서해 주세요!]..

참내......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잘못은 여전도 월례회를 깽판쳐버린 그니가 잘못이지...

어이없게도 그니는 냉랭하게 그리고 마지못해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었어도 한참 전도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여간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그 용기가 너무나 예뻐서..

나도모르게..

[암만 그래야지!]하고 말했습니다.

온 교회가 눈물바다가 되었고..

한사람이 박수를 치니까 다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댓습니다.

그렇게 주일 저녁 예배는 은혜가 넘치고 행복이 넘치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전화위복으로 역사해 주셨습니다. 

 

2006년 3월 26일 주일 밤. 서재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