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서 몇 날씩 여행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 하면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홀가분하게 기차여행을 몇 날 해볼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해본 적이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50을 넘긴 중늙은이가 되어버렸습니다.
30년 전에 서울침례교회에서 개최한..
[침례교단 청년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어서..
3박4일 동안 서울에 체류하였으나..
그야말로 촌닭 대도시에 덜렁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누구와 금방 친해지지도 못한 채..
잠자리도 불편하고 밥도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젊은 날의 김 동길 교수의..
[긍정적인 思考로 자신감에 찬 젊은이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강의만큼은..
강산이 몇 번 변한 세월에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나를 지도하던 분들의 신앙노선이..
대부분 염세적인 냄새가 나는 편이었고..
사람이 죄인임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인생을 쓸모짝 없는 똥파리쯤으로 생각하기 좋게 가르쳤었습니다.
[육체의 때를 고생하면서 사는 것은 죄 때문]이고..
[행복한 영혼의 때를 위하여 지금은 고난을 겪는게 당연하다]는 소리였습니다.
그 고난의 세월이 후에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는데..
고난의 때에도 젊은이들은 큰 꿈을 가져야 하는 것이거늘..
찬송가도 어쩌면 그렇게 처량한 곡들만 선곡해서 부르셨었는지..
그러한 배경속에서 자라온 촌닭의 눈에..
짜개수염이 인상적이었던 김동길 교수의 강의는..
잔잔하지만 파장이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누구와 덜렁 어울리지도 못하고..
구석에 놓인 풍금 앞에 앉아 어설픈 솜씨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풍금 칠 그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호기심어린 눈초리와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던 처녀가 있었습니다.
도톰한 몸매였지만..
큰 키에 안경너머로 호수 같은 쌍꺼풀눈이 아름답던 여자였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취미가 무엇이냐는 둥..
이것저것 질문을 퍼부어댔는데, 자기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대쉬가 싫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때 갈빗대와 열애 중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몇 번이고 졸라대는 통에 주소를 다니던 교회로 알려주었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나는 날 거기 모였던 젊은이들 모두..
판문점인가 어디로 일일 단체여행을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만류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냉큼 내려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행이 부담스러웠고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이 화려하고 좋은 것이 많을지라도..
흙냄새가 코를 찌르는 구석진 촌닭의 허름한 집이 더 편안했고..
잘생긴데다가 가문도 괜찮고..
서글서글한 매력이 넘치는 처녀가 적극적으로 덤비는데도..
촌티가 물씬거리고 까무잡잡한 시골녀가 더 좋았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울이 화려해도 내 집이 아니고..
멋진 여자도 아마 내 짝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미련한 짓도 없을 것입니다.
여행 중에 일시적으로 누가 아무리 잘해 줘도..
거기에 정착하고 뿌리박으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왜냐면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여관이나 호텔의 시설이 아무리 훌륭해도..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호텔의 침대나 냉장고나 가구 들이 욕심난다고 해서..
냉큼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며칠 묵어갈 호텔이 허름하다고 해서..
자기 돈 들여서 고치고..
가구가 고장 났다고 해서 내어 버리고..
제돈 들여서 새로 들여놓고 사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행자는 여행지에 목숨 걸고 집착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빌려쓰는 것일뿐, 내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행자가 여행하는 동안 평안하기 보다는 불편하기 마련이고..
안식하는 시간은 짧고 고난의 시간은 길기 마련입니다.
인생은 나그네의 삶과 같습니다.
행복한 시간보다 고난의 시간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자가 없다면..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살이는..
두려울 수밖에 없고..
좋고 나쁜 운으로 생사가 갈리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 믿는 나그네들에게는..
보이지는 않으나 힘있는 인도자가 있습니다.
눈앞에 두려운 현상이 펼쳐져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능자의 손이 거기 있어서 여전히 인도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길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뻐할수 있는 것이 믿는 사람들의 삶입니다.
현 상황이 내 생각에는 나쁜 일이 벌어진 것 같으나..
그것이 지나고 보면 좋은 일로 바꿔져있을 것이기 때문에..
또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보다 더 좋고 아름다운 것들이..
내가 안식할 그곳에서..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역사를 읽으면서..
세상에서 잠시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인생을..
거울처럼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패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의 사람들이 실패했어도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은..
저들은 실패하고 망하였으나..
우리는 실패했어도 망하지 않고..
하나님 아버지께로 돌이키기만 하면 성공하고 좋은 것을 받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아버지가 자식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지시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람의 참된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집을 사모하는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부족한 것이 없고..
모든 좋은 것들이 아들들을 위하여 예비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 벅찬 그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지금은 고난도 참아야 합니다.
지금은 무한의 영원한 삶의 한 경점을 지나가고 있는..
짧은 여행의 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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